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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엄마생활

작은 것들의 힘이란..

by 보통의 취향 2024.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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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6살이 되던 해 우리집은 이문동에 한 신축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재개발이 한창 진행중이던 그 곳은 작은 집들이 촘촘히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알 수 없는 작은 골목들이 즐비했었고 한쪽은 재개발로 이주가 거의 끝나가는

텅빈 집들이 모여있는 곳도 있었다.

 

사람들이 빠져나가 침묵보다 조용했던 그 동네는

지하철의 도착을 알리는 종소리말고는 인기척 없는 빈집들 뿐이었다.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깨진창문 너머 빈집들을 보며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었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저 집들은 가족의 보금자리였을 텐데

사람의 온기가 사라진 집들의 풍경에 이질감을 느꼈던것 같다.

 

늦은 저녁 고등학교 야자가 끝나고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길

마주본 주택 담장에 설치된 빨랫줄을 타고 포도잎 덩쿨이 무성히 자라

작고 귀여운 지붕이 만들어진 곳이 있었다. 

아마도 이 포도나무를 심은 주인분이 앞집과 함께

포도덩쿨들이 자라날 지지대를 설치해 주었던것 같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어둑해진 골목초입에 켜진 가로등, 

우산 없이 집을 향했던 나는 그 작고 귀여운 지붕 아래 서서

잠시동안 그 잎사귀 지붕에 감사를 전했다.

켜켜이 자라난 잎사귀들이 빈틈없이 부슬비를 가려주는 모습에

뭔가 가슴깊은 감동을 느꼈던것 같다.

 

17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작은 것들이 모여 이뤄내는 힘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있다.

작은 습관의 시작, 작은 능력치를 모아 성장하는 힘 등..

하루 하루의 작은 성장이 모여 내가 그리던 종착지에 도착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겠지.

 

또 아이를 키우면서

하루하루 아이들에게 전하는 사랑과 응원이 모여 

이 다음, 장성한 아이들이 또 세상을 살아갈 힘이 되어줄 거라는 것.

 

작다고 결코 하찮은 것들은 하나도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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